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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돌아다닌 여행기/2014 나고야

[나고야] 1일차 플라네타리움, 오스칸논, 료칸 메이류, 자전거

14:16. 6층에 올라와보니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린다. 6층엔 천문관(플라네타리움) 뿐 아니라 아래층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전시실도 있다. 어차피 좌석은 지정제이므로 일찍이 줄을 설 필욘 없다. 입장을 시작할때 까지 우선 6층의 전시실을 구경했다. 옆건물 아래층에 있던 것이 우주과학관이었다면 이쪽은 좀더 지구에 촛점을둔 지구과학관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지구의 암석이나, 온난화 관련 이슈 등등 지구환경에 관한 자료가 많았다.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곧 주위를 둘러보니 한 손에 티켓을 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만들어져있다. 나도 티켓을 꺼내어 행렬에 동참했다. 




이곳 6층은 밖에서 보이던 거대한 구(球)형 건물의 최상층과 이어진다. 그리고 그 구형 건물의 최상층엔 플라네타리움 시설이 구비 되어있다. 차근차근 입장이 시작되고 표검사와 함께 과학관 관람의 하이라이트인 플라네타리움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주 넓은 반구형으로, 4~5구역으로 쪼개져 각각 A구역 B구역등으로 이름이 붙어있다. 영화관의 좌석배열같은 느낌이지만 영화관과 달리 계단식이 아니다. 천장은 반구형이며 안쪽을 프로젝터가 비추고 있다. 여수엑스포 한국관(?) 에서 보았던 그것과 같은 방식인것같다. 입장할땐 프로젝터를 이용해 어느방향에 어느 구역이 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내자리는 B73. 덕분에 별로 어렵지 않게 자리에 착석했다. 모든 좌석은 1인석으로 각각 떨어져 있었고, 의자에는 우산을 걸수있는 우산걸이가 있었다. 


드디어 오랜시간의 걸음와 서있음의 끝에 푹신한 소파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다! 상영이 시작되기전 의자에 푸욱하고 눌러 앉아 휴식을 취했다. 게다가 이 의자는 플라네타리움의 특성상 천장을 바라보기 쉽도록 일정각도까지 눕혀진다! 천국이구나.

계속 주의사항이 흘러나온다. 주로 휴대폰에 관련한 사항으로 상영시작후엔 진동, 벨소리는 물론 빛도 새어나오지 않게 주의를 하라고 한다. 어두운 밤하늘을 투영하기 때문에 그렇다. 폰의 전원을 꺼두시라는 사항이다. 일단 무음모드에 밝기 필터로 최저의 최저까지 맞췄다. 




의자에 앉은 채로 중앙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플라네타리움의 내부가 어두침침 하기 때문에 엄청 흔들렸다. 위에 흰면이 반구면, 가운데 공처럼 보이는게 아마 투영기 일것이다. 실제 투영기와 프로젝터가 동시에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듯 하다. 투영기는 별빛을 투영하고, 프로젝터는 하단부에 건물과, 저녁노을등을 비춘듯 하다. 둘의 질감이 너무 다르고, 후술 하겠지만 별의 투영은 프로젝터의 그것으론 도저히 만들 수 없다. 


완전히 어두워지고 상영이 시작되었다. 1명의 나래이션으로 진행된다. 테두리 즈음엔 나고야의 건물이 투영되어 있고, 시간에 따라 저녁이되고 별이 뜨고 하는 식이다. 유성등이 나와 나래이션이 해설을 해준다. 그리고 완전한 밤이 되면 천장은 정말로 밤하늘이 된다.


정말 환상적이다 (문단을 따로 나누어 서술할 정도로). 프로젝터의 배경은 완전히 꺼지고 온전히 투영기의 별빛만 나오는 밤하늘이 되면 내가 정말 맑은 하늘의 밤하늘을 보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쏟아 질것 같은 별빛에 압도당한다. 대기에 의한 별빛의 세기 변화도 구현되어 있으며, 보일까 말까 하는 별들도 너무 사실적이다. 이게 인공적인 빛이라면 그 모양과 크기를 구분 할 수 있거나 아무튼 자연계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만도 한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아도 정말 별이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투영기에서 천장에 비추는것이라면 어딘가 반사광이나 촛점이 안맞은 뿌연 렌즈광이 보일수도 있는데 전혀 없다. 별 색들도 몇가지가 지정되있기도 하다. 


나래이션은 지시 레이져포인터를 갖고 설명하며, 중간중간 프로젝터에서 행성들을 투영해준다. 나래이션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네타리움은 실제 날짜의 별모양을 투영해준다고 한다. 그외에 행성의 연주운동 등등을 설명한다. 그다음 별자리를 설명하면서 별위에 흔히 보는 별자리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관련 이야기를 해주는데, 난 오직 현실에선 단 한번도 본적없는 산업시대로 들어가기전 사람들이 보았다는 맑은 하늘의 별을 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정말로 아름답고 압도적이었다.




딱 한장, 보이지도 않는 화면으로 보이지도 않는 버튼을 눌러 천장을 찍었다. 실제 결과물은 카메라의 한계로 아무것도 안보였지만, 포토샵으로 밝기를 극한까지 올려 겨우 4~5개 정돈 보인다. 수백개의 별중에 가장 밝기가 밝은 별만 보이는 거겠지. dlsr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하고 셔터속도까지 조절해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찍은건 폰카. 참 인간의 눈은 대단하다.

아무튼 사진은 저렇지, 정말 저것보다 수만배이상은... 아니 아무리 곱해도 눈으로 보는것과는 비교할 것이 안된다. 상상에 방해가 되니 사진을 안올릴까 했을 정도로.


그렇게 아름다운 밤하늘과 적절한 온습도, 그리고 안락한 소파와 함께 피곤한 몸은 이것을 밤으로 인식하고 난 잠에 빠졌다. 실제시간은 아마 5시도 되기 전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깨운다.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자고있는 관람객을 깨우는것 같다. 눈을 떳을땐 이미 주변이 밝아진 다음이었고, 사람들이 순서에 맞춰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잘것같긴 했는데 정말 자버렸네. 얼마나 리얼한 밤하늘이었으면.. 정말 밤인줄 알았다. 아직도 몸은 한밤중에 일어난걸로 알고 있었고, 밖으로 나와 아직도 밝은 하늘을 보며 오묘한 기분이 되었다. 

과학관의 운영은 5시 까지로, 16:30에시작하여 17:30에 끝나고 나오는 관람객들은 폐장이후에 이용할 수있는 유일한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비는 다행히 거의 오지 않고 있다. 다만 바닥은 축축하고 하늘은 구름이 잔뜩 껴있다. 우선 다음 여행지인 오스칸논으로 가자. 오스칸논과 락커가 있는 오스칸논역은 아주 가깝기 때문에 중간에 비가 오더라도 문제가 없다.  그렇게 시라카와 공원을 빠져나가는데



여러 연령대로 구성된 모임이 공원의 한켠에서 춤연습 같은걸 하고 있다.아주 약간이지만 비가 오고 흙이 젖었을 텐데, 열심히 하고 있다. 이틀뒤에 있을 축제와 관련 한것일까.


오스칸논역에 가까워지니 점점 비가 떨어진다. 맞기도 막기도 애매한 상태인데, 이대로 더 거세게 온다면 아무래도 우산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오스칸논역에 도착하지만, 우산을 빼려면 가방까지 들쳐메고 오스칸논을 구경해야 한다. 그냥 일본식 절이기 때문에 물론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역시 어깨아픈건 질색이다. 별일 없겠지 + 금방 보고오지 뭐 하는 생각으로 바로 오스칸논으로 향했다.


5시 50분경 오스칸논에 도착한다. 지도를 보고 예상한것보다 훨씬! 오스칸논과 오스칸논역사이의 거리가 가깝다. 이정도 거리면 비가 오더라도 뛰어가면 괜찮을 듯 하다.





오스칸논


게이쵸 17년(1612),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미노노쿠니 오스쇼에서 옮긴 절입니다. 매월 18일・28일의 엔니치(잿날)에 열리는 골동품시장은 오스의 명물. 또한 주변에는 쇼핑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오스 상가도 있습니다.


출처 - 나고야인포


그래도 시라카와 공원보단 낫다. 일단 긁어올 정보라도 있으니. 이날이 19일이었으므로 바로 전날에 골동품시장이 열렸다고 한다. 여행전에도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은 여러 종류의(?) 신이 있고 각신을 모시는 신당이 있다고 하는데, 오스칸논의 경우 그중 학업과 자동차(?) 에 관한 신이 있다고 하는것 같다. 안전운행을 위해 기도하는 곳이 있다는 모양. 입구엔 향이 피워져 있어서 숨쉬기가 힘들다. 내부엔 부적같은 것을 파는곳과 소원을 비는곳, 무인으로 향과 오미쿠지를 판매하고 있다. 한곳에 놓여진 한국어 팜플렛을 꺼내 보니, 오스칸논의 역사와 관련한 내용이 A4에 빼곡히 적혀 있는데 전혀 무슨말인지 모르겠더라. 


오스칸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싶지만 선뜻 말을 걸 수 가 없다. 비를 피해 안쪽에서 서성이다가 오미쿠지가 눈에 보여 한장 뽑았다. 수중에 동전이 얼마 없어서 부족하지만 최대한 맞춰서 돈을 넣었다. 뽑은 결과 중길 (이었던것 같다. 실물도 사진도 남아있지않다.). 나머지 설명은 전부 일본어라 읽을 수 없었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그쪽을 보니 한국인 여성 두명이 오스칸논 계단을 오르고 있다. 혼자 여행온 덕에 한국인이 보이니 엄청 반가웠지만, 말을 걸 엄두가 안난다. 이게 뭐라고 말도 못걸고 있었다. 머릿속으론 어떡하지를 되뇌이면서도 결국 두명이 서로 사진찍어주고 돌아갈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비만 피했다. 난간에 서서 출구와 홀로서있는 건축물을 번갈아보며 여행은 혼자 올게 아니구나.. 하고 자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일단 오스칸논은 시간이 나면 다시 오기로 하고 자리를 떳다. 어찌 되었든 다음 순서는 숙소 체크인. 바로 오스칸논 역으로 향했다. 

휴대가방 깊이 넣어둔 사물함 열쇠를 꺼내 배낭을 되찾았다. 휴식의 장소로 간다고 생각하니 방금전의 침울한 기분이 조금 날아갔다. 이제 패스를 써서 한정거장 뒤에 있는 가미마에즈 역으로 가면 된다.


지갑을 펴고 패스를 꺼내는데... 도니치 패스가 없다. 응? 어라? 어디갔지. 주머니를 뒤져도 없다. 배낭에 있을린 없다. 과학관에서 할인받을때 꺼냈지 않는가! 옷주머니, 바지주머니 휴대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없다. 그렇게 한 5분을 뒤적여도 없다. 지갑에선 저번 오사카여행에서 썼던 주유패스밖에 없다.

아아.. 뭐지. 600엔을 날린것은 물론 저녁에 이용할 전철비용까지 추가 되었다. 이때의 좌절감은 정말 심했다. 오스칸논에서의 저기압은 저리가라 할정도로 무언가 절망감이 느껴졌다.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까. 돌려받을때 못받은 걸까, 지갑을 들고 움직이다가 떨어뜨렸을까. 아무튼 이미 과학관은 문을 닫았고, 찾을 가망성도 없다. 오늘 구매한 도니치표를 찍어둔게 있는데 그걸로 역무원과 쇼부를 볼까. 재발급이 안된다고 했지만, 어쩌면 사진이 있으니 재발급 해주지 않을까. 그게 여행자의 혜택이 아닐까. 


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혹시 짐을 다풀면 기적같이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우선 세 정거장을 이동해도 200엔인 전철표를 구매해서 바로 다음정거장인 가미마에즈 역에서 내렸다. 암담한 심정이지만 지하철 일반권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자. 매표기 앞에 서면 현재구간에서 부터 목적지까지의 요금이 얼마인지 노선도에 표시되어있다. 그가격을 보고 매표기에서 같은 값의 표를 구매하면 된다. 즉, 목적지가 중간에 바뀌더라도 같은 요금 범위라면 어디서든 내려도 되며 만약 초과될경우 내리는 역에 초과금 만큼 정산할 수 있는 기계가 따로 있다. 미만의 요금이 나오는 경우는.. 잘 모르겠다. 역무원에게 말하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라 배낭에 있겠지 라는 불가능한 희망을 믿고 있었다. 그 희망이라도 있어야 체크인 장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배낭에서 짐을 뒤져 굴러나오는 도니치 패스를 발견하여 기뻐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가미마에즈 역에서 메이류를 향해 걸었다.





20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터벅터벅 걷다보니 로드뷰와 타 여행기에서 보았던 옆간판이 보이고 곧이어 료칸 메이류를 발견했다.




이때가 오후 6시 37분.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자동문을 통과하면 바로 오른쪽에 카운터가 있다. 내가 들어갔을땐 마침 카운터에 남자직원이 있었다. 이 남자분이 아마 마스터인 모양. 그리고 한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다.


료칸 메이류 (RYOKAN MEIRYU)

http://www.japan-net.ne.jp/~meiryu/


愛知県名古屋市中区上前津二丁目4-21

TEL 052-331-8686

FAX 052-321-6119


가미마에즈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의, 말하자면 역세권인 료칸이다. 료칸답게 전 객실이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넓은 방과 미닫이, 창 밑으로 물이 흐르는 분위기 있는 고급스런 료칸과는 거리가 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 세면대는 공동시설로 되어 있기때문에 각 방엔 이런 시설은 없다. 물론 난 1인실만을 이용했으니 대형 다인실은 다를 수 도 있다. 화장실-세면장-목욕탕 이 따로 구분되어 있고 각 세면대엔 드라이기가 비치 되어 있다. 물론 목욕탕과 화장실에도 세면대가 구비 되어 있다. 

목욕탕엔 샴푸와 바디샴푸, 비누가 있고 수건은 따로 비치 되어있지 않다. (남탕 기준)


각 방엔 옷장, TV, 티백, 온수포트, 금고(유료), 이불, 에어컨 등이 있고, 유카타와 바디타올, 수건은 매일 정오 즈음 해서 새것으로 교체해 놓으신다. 당일 목욕할때 쓸 수 있는 수건은 이 두장이 전부다.


그외에 안마의자(무료), 음료수자판기(유료), 공유기(일본통신사), PC 1대(느리다고 한다), 조식(유료) 등을 이용 할 수 있다. 최근에 각방에 유선랜을 설치 했다고 한다. 홈페이지 참고.  


구글지도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 한것 같다. 다만 한국인이 나고야에 잘 가지 않는 관계로 한국어로 소개된 포스팅은 딱한개 뿐이었다. 간단히 소개할겸 정보박스에 기본적인 사항을 써넣었다. 이외에도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가 공식홈페이지에 조금더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환영의 인사를 들으며 카운터로 몸을 돌려 직원과 마주 보았다. 그냥 딱 보이는 풍채가 ' 난 이 료칸의 마스터요!'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나와 예약관련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사람이 이분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거슬러 료칸을 예약했던 스토리로 올라가보자.


메이류 공홈에는 English 사용자를 위한 영어 페이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허술 하지만, 여기서 Booking 관련 페이지를 들어가면 세가지 예약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전화와 팩스 그리고 이메일이다. 전화는 빠르지만 돈이들고 이용시간도 제한되있다. 팩스는 전화보다 싸지만 이메일보다 느리다. 이메일은 빠르고 무료지만 답신을 한번 해줄 필요가 있다.


라고 적혀 있다! 당연히 이메일을 선택한다. 특히 이메일의 경우 해당페이지에 이메일을 날려주는 예약폼이 있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면 좋다. (실제로 보내지는지 반신반의 하긴 했지만 결과는 성공) 여행 날짜, 인원, 집주소, 이름, 전화번호등을 적어 송신을 했다.


오후 3시에 보낸 메일은 다음날 오전 10시에 답신이 왔다.그 뒤로도 예약의 확인이나 다른 주의사항을 묻기위해 메일을 주고 받았다. 평균 답신의 간격은 만 하루 정도. 빠르면 10여분 내외로 오는 경우도 있었다. 첫 답장의 경우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어로 작성 되어 있었다. 그에 대한 답장에서 영어보다 일본어가 더 편하다고 했더니 그 다음 답장부턴 일본어로 돌아 왔다.


첫메일후 영어답장. 그렇게 예약해주라는 나의 답장 뒤에 회신이 안오자, 확인 메일 재전송. 회신이 옴. 잘됬네, 하고 생각하던중 메이류쪽에서 회신요청 메일이옴. 다시 회신해줌 이런 식으로 주고 받았다.


이 메일은 여행을 시작하기 한달전이었지만, 예약은 어떠한 선금 지불없이 영어문장 hold on? 으로 끝났다. 0일차에서 말했듯이 고신뢰사회라 하기에.. 과연. 참고로 다른 여행기를 보면 알겠지만 한인 민박은 예약선금을 받는다! 그리고 아고다 같은 대행 업체를 이용할 경우 그자리에서 결제를 하게 되는듯 하다.


다시 장면을 되돌려 료칸 메이류 카운터 앞으로 가자. 남자분에게 예약 어쩌고 말하니 이름을 물어본다. 그동안 밖에서 왠 서양인 단체가 들어온다. 일단 내 업무를 먼저 보고 있으므로 서양인들은 대기. 예약을 확인하고 열쇠와 건물의 도면을 주시면서 방의 위치와 목욕탕의 위치를 설명해 주셨다.


내뒤에 체크인을 기다리는 서양인 무리가 있었으므로 일단 열쇠를 받고 바로 방으로 향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도면에 표시된대로 코너를 돌아가니 내 방이 구석에 보인다.




실제 설명을 들을때 받은 도면이다. 내방은 205호실.



개인공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마음대로 앉고 눕고 편히 쉴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온갖 긴장이 근육과 함께 눈녹듯히 녹아내려 갔다. 

편안함도 잠시, 바로 배낭과 휴대가방의 짐을 해체 했다. 갖고 있던 모든 팜플렛을 한장씩 나눠가며 도니치 패스를 찾아 헤맸다. 두세번 모든 짐을 확인 하고 나서야 '아 정말 잃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당장 오늘 저녁의 라멘집과 테레비타워, 오아시스21, 테바사키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에어컨을 켜놓은채 어떻게 정리도 되지 않는 일정을 생각하며 멘탈이 녹아 갔다. 


흐물흐물해진 멘탈 속에서 일단 숙박료 결제를 기다리고 계실 분을 위해 돈을 챙겨 내려갔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숙박료 결제를 하지 않았다는걸 패스를 찾는동안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도 해결책없는 상황에 혼이 나가 있었다. 카운터앞엔 아무도 없었고, 카운터 왼쪽의 어떤 문의 안쪽에서 시끌 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문에 쳐져있는 발의 안쪽으로 가족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료칸은 한 가족이 운영하는것 같다. 그러다 카운터 앞에 서있는 나를 발견했는지 아주머니께서 발을 건너 나오셨다. 내가 어떻게 말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지만, 어떻게 숙박료를 결제하려 한다는 상황이 전달되어 돈을 건내 드렸고, 잔돈을 받은뒤 자리를 뜨려고 하자 영수증을 뽑아 주신다고 하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신다.


이제 3박동안 이 방은 저의 것입니다. 공홈 영어페이지에 기재된 금액 그대로이다. 이제와서 영수증을 보니 내 한자명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메일을 주고 받을때는 영문 밖에 쓰지 않았는데, .. 아마 서류를 작성할 때 이름란에 한자로 작성했었나 보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계단을 걸어 방으로 들어가는 길. 다시 내게 닥친 현실이 다가온다.


에어컨의 냉기가 방을 가득채우고, 체온도 쾌적하게 떨어졌을 즈음 문득 자전거에 생각이 미쳤다. 0일차에서 언급했던 Ann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하루종일 빌리는데 300엔이라는 글을 보았었다. 물론 메이류의 홈페이지엔 자전거렌탈에 대한 얘기는 없으므로 기본 자전거 렌탈서비스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지만 혹시 빌려주실 수 있지 않을까. 설령 그렇지 못한다면 근처에 자전거 렌탈샵이라도 있다면 빌리려는 생각을 했다. 저녁 일정을 패스 없이 소화하려면 교통비로 적어도 600엔이 소모된다. 렌탈비용이 이보다 저렴하다면 렌탈이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이득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조금 희망이 보였다. 바로 직전까지 ' 그냥 땀도 났고, 목욕탕가서 씻고 생각하던지, 그냥 씻고 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단 달리 시도해볼 만한게 생겼다. 


계단을 내려가 카운터 앞에 다시 섰다. 아주머니가 서계셨던것 같다. 이때 말했던 정보가 두가지 정도 되는데, 하나는 목적이었던 '지카쿠니 지텐샤오 렌타르스루 미세토카 아리마스카?' (근처에 자전거를 렌탈하는 가게같은게 있나요?) 였고 다른 하나는 도니치 패스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어느것을 어떤 순서로 얘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의 나를 예측 하건데 위 언급한 순서대로 말했을 것이다. 렌탈샵의 질문에 대해 아주머니께서 생각하시던중 체크인을 도와주셨던 남자직원이 카운터로 나왔다. 부부 이신가? 지금은 두분의 연령대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머니께서 남자분께 ' 근처에 자전거 렌탈샵이 있던가?' 하는식으로 물어보고, 역시 남자 직원도 ' 음.. 어디보자..아마 없을.. 텐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다 바로 ' 저희 자전거 빌려드릴까요?' 라 물어 보신다!


아싸! 자전거를 빌릴 수 있나보다! 나는 재차물어보며 정말 빌려도 되냐고 묻자, 그정도 빌리는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냐는 투로 괜찮다고 하셨다. 잠시 열쇠를 찾으러 들어가셨다가 나오셔서 나를 건물 옆에 있는 메이류의 주차장으로 데리고 가셨다.


주차되어있는 자동차들을 지나 주차장의 구석까지 들어가니 이것저것 잡동사니와 함께 자전거 몇대가 놓여져 있다. 가져오신 열쇠로 우선 휠에 자물쇠가 달려있는 검은 자전거에 열쇠를 시도했지만 맞지 않았다. 직원분께서 '이게 아닌가..' 하는 투의 말을 중얼 거리면서 좀더 안쪽의 분홍색 자전거의 로프 자물쇠에 시도했다. 결과 성공. 우선 다시 잠구어놓고 열쇠를 주시며 이것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신다. 


일전에 일본의 자전거 문화에 대한 토막상식으로, 아무데나 자전거를 묶어 놓으면 안되며 시에 자전거 차대번호가 등록되어 있어 벌금을 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일본여행기에 그런식으로 적혀있던걸 보았었고, 사실인지 언젠가의 M과의 대화에서 물어본적이 있는데 처음듣는다고 했다. 그리고 방금 열쇠를 받고 일단 방으로 향하던중 같은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문제 발생! ' 자전거를 아무기둥에나 묶어도 되나요?' 정도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기둥' 을 대치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뭐라 설명했는지 모르겠는데, 막 아는 온갖 일본어와 손짓을 동원해서 위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다행히 알아 들으셔서 '기둥' 에대한 설명을 '덴츄-'  즉 전신주로 이해하셨다. 그리고 답변을 이어주셨다. 


자전거는 어디에든 주차해도 상관없다. 자물쇠만 바퀴가 굴러가지 않게 걸려있으면 굳이 기둥같은데 묶지 않아도 된다. 자물쇠가 안걸려있으면 누가 타고 가버리겠지만, 자물쇠만 걸려있으면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자전거가 안전한 사회다. 물론 한국도 그렇게 빈번하진 않겠지만 기둥에 묶인 자전거마저 자물쇠를 끊어 가져가는 세상이다. 나도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으로서 몇분정도 방치할때는 그냥 바퀴만 묶지만, 오랜시간 둘것이라면 꼭 고정대를 찾아 묶는다. 그런데 아무데나 두고 바퀴만 묶으면 된다니.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제로 타보고 나서 알게 된다.


직원분께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고 방에 들어와 휴대가방을 챙겼다. 



저녁여행의 키포인트가 될 자전거 키. 이 열쇠 하나로 딱 한가지 도니치 패스의 테레비타워 입장권 할인을 제외하곤 모든 문제가 해결 되었다. 이걸 겪고나서 생각하는건데, 앞으로 언젠가 있을 일본 또는 어떤 여행이든 자전거를 빌려 관광지를 이동하는 여행을 짜는것도 괜찮을 것 같다. 후술하겠지만 지하철이나 이런저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것과 탁트인 시야에서 야경이 펼쳐진 밤거리를 달리는 경험은 절대로 비교 할 수가 없다.


자전거 생활이 일상화 돼있는 이곳에서, 나도 그 문화의 일부에 끼워져서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