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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돌아다닌 여행기/2014 나고야

[나고야] 1일차 편의점, 테바사키, 목욕탕

메이류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원래 있던 주차장에 넣어두고 료칸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먹을껄, 사들고 온게 괜히 눈치가 보여서 휴대가방에 꼭꼭 담아놓고, 안내데스크로 가서 아주머니께 열쇠를 드리며 감사하다고 했다. 아저씨께서 빌려주셨으니 그분께 반납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일단 안계시니 어쩔 수 없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 방문을 열어 제꼈다. 에어컨을 켜고 나갔기 때문에 덥고 습한 나고야의 여름은 방안에서 사라져 있었다. 쾌적한 공기. 방안은 출발하기전 패스를 찾기위해 뒤적거렸던 절망감을 그대로 보여주듯 어질러 져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도 행복하다.


저녁 10시 즈음. 테이블에 사온 테바사키를 내려 놓았는데, 생각해보니 이 맛있는 음식과 맞춰 마실 음료가 없다. 흠, 뭔가 시원하게 마실 음료를 사와야 겠어. 그런 생각으로 근처의 편의점에 가기로 한다. 테바사키를 그대로 둔채 문을 잠그고 1층으로 내려갔다. 편의점 위치를 모르니, 아직 안내데스크에 서계시는 아주머니께 ' 지카쿠니 콘-비니토카 아리마스카?' 고 물었다. 아주머니께서 데스크에 놓여진 안내지도 중에 한장을 가져와 위치를 설명해 주셨다. 일본에서 근처 목적지로 가는 길을 물을땐 미기(오른쪽), 히다리(왼쪽), 맛스구(똑바로,직진), 코-나(코너) 정도만 알면 대충 찾아갈 수 있다. 


설명해주신 지도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구글지도를 참고 했는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가는길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설명해주신 것 만으로 잘 찾아갔던것 같은데. 거리 200m 밖에 안되는, 료칸에서 남서쪽 방향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이다. 그러니 지도는 자원을 아끼기위해 첨부하지 않는다!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음료코너로 직행한다. 판매하는 종류만 조금 다를 뿐이지 한국의 편의점과 차이는 없다. 음료코너에서 뭘 마실지 고민하고 있는데 상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이것은 ㅠㅠ, 도쿄에서 노숙과 철야를 하던 내게 따뜻한 온기를 가져다 주었던 그 음료가 아닌가.

[도쿄] 2일차 국제미아, 도쿄역 노숙, JR버스터미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뚜껑이 주황색이면 따뜻한 음료용, 흰색이면 차가운 음료용 인것 같다. 그땐 따뜻한 음료였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판매하고 있네. 나중에 사먹어야지.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재회의 기쁨같은것은 없이 그냥 제자리에 돌려두었다.


맥주를 살까 하다가 비싸기도 하고 내가 술을 싫어하니 탄산음료를 집어 들었는데, 또 여행으로 수분이 부족한 몸에 수분을 보충해주기위해 이온음료가 필요할 것 같아서 포카이스웨트도 구입. 다음 과자코너를 돌아보는데 별로 눈에 띄는게 없어서 둘러보고만 나왔다. 나오는 길에 잡지코너에 눈을 돌렸다가 계산대로 이동했다.


!! !!! !!!!. 어라 계산대 점원에게서 포스가 느껴진다.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던건 건장한 육체를 가진 흑형. 일본에 체류하면서 생활비를 버는건가? 아니면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국적의 흑인인가? 일본어 잘 하나? 모국어인가? 

일단 당황하지 않고 음료를 계산대에 올려놓았고 바코드를 찍은 다음 드디어 점원이 가격을 말할 타이밍이 되었다.


"三百二円です" 


!! 뭐야 일본어 잘하네?! 아니. 생각해보면 아르바이트로 고용되었는데 아마 나보다 일본어를 잘하겠지.. 돈을 내고 잔돈을 거슬러 주면서도 흑형은 일본어를 뽐냈다. 


나가다가 문득 나만 먹을꺼 사서 들어가는게 조금 눈치가 보이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그랬지 싶은데, 아무튼 자전거도 흔쾌히 빌려주셔서 무사히 여행을 마쳤는데 답례도 없이 나만 먹을껄 챙기는게 양심이 찔렸나보다. 돌아가던 길을 리턴해서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방금전에 샀던 음료는 담아준 비닐봉투의 입구를 꼭 꼭 싸맨채 들어갔다.

누구나 주면 좋아하고 먹을 수 있을 만한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편의점을 둘러 보던중 푸딩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도 있으니 누군가는 먹겠지 하는 생각으로 200엔의 푸딩을 구매해서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뭐라고 말하면서 드릴지 고민하면서 료칸으로 들어왔는데, 건물 내부가 어두침침 하다. 안내데스크는 불이 꺼져있다. 물론 료칸은 열려있지만 이제 직원들은 상시대기를 하지 않고 쉬러 들어간 것이다. 대신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부를 수 있게 데스크위에 작은 종이 올려져 있었다. 아, 푸딩 사왔는데 어떡하지. 방에 보관하면 상하지 않나..


일단 들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왔다. 이때가 10시 30분 즈음. 우선 내 배를 채워야지. 방안은 그동안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저온 저습상태로 아주 쾌적했다. 다만, 방치되어 있던 테바사키만이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러고보니 1층 식당에 전자레인지가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한번 가볼껄 그랬다. 식었더라도 양념맛만 맛있으면 되지 라 생각하고 나고야의 명물중 하나인 테바사키를 뜯었다. 


으엑! 짜다! 실수다! 따뜻할때 먹어야 했어! 음료와 함께 어떻게든 먹었다. 맛은 있다. 맛은 있는데, 식어버려서 너무 아쉬운 맛이었다. 먹으면서 할 게 없기에 TV를 틀었다. 채널을 돌리면서 적당히 볼만한 걸 찾아서 본것 같은데 무얼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야식으로 적당히 배도 채웠고 약간 짐정리를 한뒤 씻을 준비를 한다. 앞에서도 설명 했는데, 방에는 기본적으로 바디타올과 페이스타올, 유카타가 준비 되어있다. 여기서 고민 되는것이 씻으러 탕에 갈때 어떻게 준비해서 가야하는가 였다. 유카타 차림으로 가야하나? 신발은? 마련된 슬리퍼? 뭘 어떻게 해야하지?

우선 목욕탕의 위치나 동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무 준비 없이 문밖으로 나왔다. 건물 구조도에 나온 방향대로 세면장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니 세탁실과 함께 목욕탕으로 이어지는 탈의실이 나온다. 신을 벗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은 4~5평정도의 작은 직사각형 공간으로 미닫이 문을 통해 목욕탕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세면대가 2개정도 마련되어 있고, 수건 회수함과 벽걸이선풍기, 드라이기, 긴 의자, 책장형태의 개인 옷 보관함이 놓여 있다. 그리고 옷보관함 위로 목욕탕 이용법이나 주의사항이 다국어로 적혀 있는데, 약간은 당연한 사실이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일본 목욕탕에서 지켜야할 예절 같은게 적혀 있었던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계단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으아아아. 누군가 오고 있다. 당황하지 않고 방금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고 세면대에서 남은 무언가를 하는 척을 했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3~4명 정도의 일본인이 들어왔다. 나를 발견하고 떠들기 어색했는지 조용해졌다. 평상복을 입고 오고, 유카타를 들고 왔던것 같다. 대충 타이밍을 봐서 탈의실을 빠져 나왔다. 


다시 방에 돌아와 수건과 유카타, 세면도구 등을 챙겼다. 그러고 보니 난 나름 걔네들에게 방금 씻고나온 훼이크를 쳤는데 소지품에 수건이 없었네.. 방정리를 하면서 시간을 조금 보낸뒤, 씻으러 출발. 탈의실에 도착하니 마침 걔네들이 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서랍에 벗은 옷과 수건을 올려다 놓고 쌩하니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공홈에서 가져온 사진을 보면 바닥에 강렬한 태양빛이 보인다. 나도 다음날 아침에 씻을때 알게 된건데, 천장에 햇빛을 받을 수 있게 유리로 된 부분이 있다. 사우나실이 있는데, 운영시간이 정해져있다. 목욕탕에 별다른건 없고 샴푸 린스 바디샴푸가 제공되니 쓰고 싶으면 쓰면 되겠다. 난 가져온 샴푸를 쓰고, 바디샴푸의 경우 가져온걸로 부족해서 놓여져 있는 걸 이용했다. 다 씻고 온탕에서 몸을 녹이니 천국과 같다. 온탕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니 온갖 뼈마디에서 뚝뚝뚝 하고 울어 댄다. 그렇게 한참 근육을 풀어주고 다시 물로 씻어낸 다음 탈의실로 나왔다.


바디타올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때는 유카타를 가져오지 않았던것 같다. 그보다, 유카타를 입을 줄 모르니 대충입고 돌아다니기가 조금 그랬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서 생각했는데, 이대로 수건을 수거함에 넣으면 내일은 어떻게 쓰지? 데스크에서 다시 받는건가? 아니면 이 수건으로 3일동안 써야하나? 새로운 수건은 어디서 받는거지? 왜 여긴 수거함밖에 없어? 일단 수건은 수거함에 넣지 않고 챙겼다. 


개운해진 몸으로 방에 돌아왔다. 수건은 다음날 아침에 쓸수 있게 펴서 말려두고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펴진 실크 이불 + 에어컨의 건조함 + 샤워하고 나온 몸의 조합이 너무 좋다. 폰과 카메라를 충전 시켜두고 폰으로 잠깐 페북과 카톡좀 보고 있....






그렇게 잠들었다. 에어컨 냉풍 빵빵하게, 이불도 덮지않고 심지어 불도 켜놓은채 잠에 들었다. 대체 얼마나 피곤했던걸까. 알람을 맞췄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