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싸돌아다닌 여행기/2013 도쿄-오사카

[도쿄] 2일차 국제미아, 도쿄역 노숙, JR버스터미널

도쿄메트로 신주쿠역에서 내려 만나기로 했던 개찰구로 향했다. 십여분정도 늦어진 탓에, 혹시나 엇갈리진 않을지 걱정되서 빠르게 뛰어 갔다. 하지만 개찰구를 통과한 곳엔 P가 없었다. 잠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이젠 늦은 P에게 무어라 할까 하며 긴장을 풀고 있는데, 수분이 지나도 P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다른 개찰구가 있나해서 찾아보고 와도 P가 없다. 


점점 집합시간인 10시 40분이 다가오는데, P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린 혹시나 하는 마음에 'P도 우리를 찾지 못해서 먼저 VIPLINER에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신주쿠 역을 떠나서 라운지로 향했다. 라운지에 도착했을땐 아직 집합시간을 수십분정도 남겨놓은 상태로, 안내원에게 P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대로 한번더 신주쿠역에 왕복하면 조금 아슬아슬한 시간이 될것 같기에 일단 다음버스가 있는지 여쭈어보았다(고 한다.) 없다고 하셨다. 다시 P를 찾으러 신주쿠역을 향했다. 아직은 기적까진 바라지 않아도 행운만 있다면 예약한 버스를 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바라던 행운은 기적과 함께 사라졌다. 신주쿠역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P는 없었다. 신주쿠역 개찰구 앞에 서있던 파란색 제복의 덩치 크고 살집이 있지만 착해보이던 경찰(?)에게 P에 대해 물었다. 이때 막 뛰어 다니면서 P를 찾느라 숨이 가쁘고 긴장까지 한 상태에서 일본어로 질문을 했다. 대충 '마요우, 간고쿠진, 토모다치' 를 막 섞어가며 말했던것 같은데, 제대로된 문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의견 전달은 되었는지 그런사람은 못봤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방송을 쓸수 있냐고 물었다고 하는데, 방송? 내가 방송을 일본어로 물어볼 수 있나..? 아무튼 이것도 각하되었다.


이미 시간은 지났다. 집합시간이 아니라 버스의 출발시간마저 넘은걸로 기억이 난다. 오사카 가는건 둘째 치고, P가 국제미아가 되기전에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 와이파이 되는데 없나? 왜 P의 자동로밍이 안되지? 인터넷카페에가서 페북채팅이라도 걸면 될텐데 ㅠㅠ' 하는 마음에 계속 폰은 지도와 페이스북을 번갈아 가며 이용하고 있었다. 지하도를 서성이면서 P를 찾는데 한쪽 복도에서'으아' 라고 말하는 P의 환청이 들렸다. J는 못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비슷한 목소리였는데.., 무튼 결과적으로 그건 환청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핸드폰에 전화가 걸렸다. 기억에 발신번호가 찍혀있지 않았던가, 굉장히 이상한 번호였다. (마치 군대전화같은 ) 울리는 폰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Feeeeeel이 날아와서 머리에 꽂혔다. 아 이거 P의 전화다.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국제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아처럼 애절한 목소린 아니었지만 어쨌든 드디어 연락이 닿자 겨우 안도감이 들었다. 나중에 P의 설명에 따르면 역사에서 막 당황하고 있으니 재일한국인(?) 한국인친구와 함께 있는 일본인(?) 이 P를 도와주려 했고, 그사람에게 폰을 빌려 내게 전화했다고 한다. (국제전화임에도 불구하고 빌려주신 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P는 신주쿠역 바로 옆에 붙어있는 JR신주쿠역에 있었다. 겨우 연락이 닿았는데 P를 움직이게 하면 또 엇갈리게 될까봐 우리가 JR신주쿠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라고 생각하던중에 문제가 생겼다. 그때도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찾아보니 신주쿠역은 세계적수준의 지하던전으로 알려져 있다. 출구만 159개에 달하는 무시무시하게 복잡한 구조. 지하에 있으니 GPS를 통한 길잡이도 안되고, 마음은 급하다보니 어디로 가야 JR신주쿠역으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나가던 아무 일본인을 붙잡고 JR신주쿠역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물어보았던 상황 자체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를 도와 주었던 분은 일행이 있었고 주도적으로 도와주신 분은 약간 헤비메탈류의 록커같은 복장이었으며, 일행은 한명은 휠체어를 타고 있고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 한명과 또 다른 한명이 서있었던것 같다. 그 록커같은 분에게 길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조금 고민하다가 자신들을 따라오라고 했다. 록커분위기와 다르게 목소리와 행동으로부터 나오는 분위기는 상냥했다.(고 한다.) 


혼잡한 구역을 벗어나서 긴 복도가 나왔다. 보아하니 이 복도의 끝에 출구가 있는 모양. 어느쪽이 되었든, 지상으로 올라가면 GPS를 잡을 수 있고, 설사 아직 JR신주쿠역근처가 아닐지라도 찾아가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게다가 우리를 도와주었던 일행은 휠체어에 타고 계신 분이 있어서 움직임이 느리다. 한시라도 빨리 만나서 계획을 새로 잡아야 하는 우리로선 그대로 먼저 가는 방법밖에 없었으므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그분들을 앞질러 갔다. 덕분에 신주쿠 던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잘 나왔습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는데, 정지해있다. 우리가 있는 층이 상당히 깊은 지하였다는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쩌겠는가 올라가야지. 열심히 에스컬레이터를 밟고 지상으로 겨우 나왔다. 그런데 오른쪽 건물에서 엘레베이터같은 문이 열리고, 아까 그 일행이 내리고 있다. 우왓; 다시 인사를 했던가, 아무튼 바로 GPS를 켜고 JR신주쿠역으로 이동했다.


어디서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국제미아와 감격의 재회를 하고 곧바로 VIPLINER 라운지를 향해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어디갔었냐, 뭐했냐, 로밍은 안되더냐, 와이파이도 안되더냐, 왜 산초메역에 있냐 등등등 이야기 했던것 같다. 신주쿠산초메역에서 만나기로 한것이라 생각하고 산초메역에 있었다는 모양.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나타나지 않자 신주쿠역으로 왔는데, 거기가 JR신주쿠역이었던 듯 하다. 


라운지에 도착 했을땐 11시를 넘겨 30분쯤 되었을 것이다. 우선 맡겨 놓았던 짐을 찾았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 있으신 안내원에게 버스를 놓쳤는데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없다고 했다. 이때 안내원의 태도는 차갑지도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정도의 반응. 나는 일단 포기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P가 자기때문에 놓쳤다고 생각한 것 때문인지, 어떻게든 놓친 버스를 잡으려고 노력하더라. 안내원에게 영어로 무어라 말하는데 거의 원어민인줄 알았다. 거기에 그 안내원은 그걸 다 알아듣고 마찬가지로 영어로 답변해 주는데, 일본인이라고 영어를 못한다던지 발음이 이상하다던지, 그런건 다 편견이라는걸 깨닫게 해 줄정도로 엄청 유창한 영어였다. 과거 나가사키에서의 목욕탕 사용법을 들을때와 너무 대조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택시같은 것을 타고 따라잡아서 타고가자는 둥, 그런이야기였다고 하는데, 아무튼 실패. 가방을 메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12시즈음 되었을까, 도쿄메트로 특별권의 기한이 끝났다. (3일차) 우선 혹시라도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는 버스중에 공석이 남는 버스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버스탑승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엔 여러 회사의 버스들이 대기중이었고,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을 잡아다가 오사카로 가는 버스와 공석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래서 신주쿠는 포기하고, 도쿄역에 이런 시외버스 회사가 많다는 정보를 토대로 도쿄역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이미 특별권은 무용지물이므로, JR신주쿠역에서 JR도쿄역으로 가는 티켓을 구매한다음 JR라인에 탔다. 




이때가 12시 30분. 어떻게 이동했는지, 기차내부가 어땠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위에 기술한 몇가지도, 했다는 사실만 기억 할 뿐 실제로 머리에 남아 있는 이미지는 거의 없는 상태. 사실을 조합해서 이미지를 만든다는 느낌? 거기에 J의 묘사를 섞어서 써내려가고 있다. 피곤했던 것이라 그럴까, 이렇게 강렬한 기억이 이미지가 없다니.




그렇게 1시즈음 도쿄역에 도착. 일단 JR에서 운영하는 JR고속버스 터미널위치를 확인했다. JR버스터미널은 JR도쿄역과 같은 건물에 붙어 있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다. 아래 지도 참고. 겉면이 통유리로 되있는데, 발이 내려져 있어서 내부가 잘보이지 않는다. 이미 영업도 끝난 상태. 


그리고 또 신주쿠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버스의 공석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도쿄역을 배회하였으나, 신주쿠역에서 보았던 고속버스의 집합장소 같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이미 다 출발 했던가 그랬겠지. 도쿄에서 노숙이 결정되는 순간 이었다.


우선 밤을 샐 곳을 물색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은 밤이 되면 거의 대다수의 가게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불이 켜진 건물이라곤 편의점 정도가 전부. 도쿄역근처를 배회하면서 어물정어물정 걷다가 맥도날드를 발견한다. 다행히 맥도날드가게에 24hours 라 적혀있는것을 보고 여기에 좀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매장으로 들어갔다. 길거리는 추웠던데다가, 기차를 제외하곤 수시간째 앉지를 못해서 피곤에 찌들어 있던지라 일단 앉을 수 만 있으면 오케이.




들어가니 서양인도 몇몇 보인다. 그냥 앉아있을 순 없으므로 우리들 중 한명이 간단한 음식을 하나 시키고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발이 너무 아파서 신발도 벗고 있었던것 같은데, 그런거 하나하나 신경쓸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한 십분? 이십분? 정도 살꺼같다... 고 생각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쫓겨났다 (?!). 분명 24hours 라 적혀 있는데, 24시간 영업이 아닌듯한 분위기. 이제와서 알아보니, 공식홈페이지에 1시 30분부터 새벽까지 내부청소와 좌석관리를 위해서 손님은 안에 머무를 수 없다고 한다. 24시간 영업은 Take-out만 24시 영업이라 한다.



2014년 05월 14일 내용추가

지금 쓰고 있는 백팩의 어깨 끈이 양쪽이 다 끊어져 있는데, 한쪽은 예전에 행사에서 부러졌었고, 남은 한쪽 끈이 도쿄여행이었다는게 문득 떠올랐다. 


지도를 보면 맥도날드에서 나와서 북북동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패밀리마트가 하나 있다.



맥도날드에서 쫒겨난 다음 이제 어디서 쉴 수 있을까 하며 전전했다. 그러다 도달한곳이 여기 패밀리마트의 계단. 예상되는 시간은 새벽 2시. 편의점은 불이 켜져 있었고 한번 들어갔다가 나왔던것 같다. 그리고 일단 계단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침묵속에 고민을 하다가, 일단 이동해야 할 듯 해서 가방 한쪽 끈을 잡고 들춰 매는데 갑자기 가방이 땅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남아있던 끈의 고정장치가 마저 부러져 버렸다. 이미 반대쪽을 임시수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묶어서 조치를 취했다.




거의 길거리를 방황하는 유랑자 신세가 되어 다음 노숙 포인트를 찾아 해맸다. 어느정도 해맸던지 새벽 3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서야 지도에 표시되있는 '의자'가 있는 쉼터를 찾았다. 이젠 정말 어디든 의자만 있으면 천국이었다.



앉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것에 감사하며 풀썩 주저 앉았다. 그렇게 잠깐 쉬면서 여기서 밤을 새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너무 춥다. 1월은 일본도 겨울의 계절. 도저히 새벽에 사방팔방 뻥 뚫린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을 수가 없었다. J가 이럴때를 위해서 준비한게 있다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얇은 은박지 처럼 생겼는데, 이게 사람 세명정도는 덮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이로 보기와 다르게 보온을 위해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쓰기위해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얇으니 가방에 넣기도 편하고 정말 상황에 적절한 제품이라 세명이서 한 의자에 모여 앉아 은박을 몸위로 덮었다. 보기와 다르지 않게 춥다. 으어어어.


은박지는 바로 옆 원형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어찌된게 구겨 넣어진 이미지는 머리에 남아 있다. 3시 조금 넘어서 도저히 못버틸것 같기에 자리를 떳다. 점점 기온이 내려가고 체력은 바닥이 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채 일단 버스터미널쪽으로 향했다. 터미널이라도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 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계속 걸어갔다. 가는길에 LAWSON이라는 편의점을 발견한다.  


LAWSON, 로손은 일본에 널리 퍼져 있는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하나로 어디를 가든 하나쯤은 꼭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 NATURAL LAWSON은 내부디자인이나 배치에 꽤 신경을 써서 만든 곳으로 공식홈에는 '여성을 위한' 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땐 무슨 편의점이었는지 몰랐다. 그냥 너무 추워서, 불이켜진 가게라곤 여기밖에 안보였기 때문에... 


내부는 깔끔했고, 남자점원 한명과 우리들 밖에 없었다. 진열된 상품들을 쭈욱 둘러보다가 따뜻한 음료가 보관되있는 곳에서 유자차로 보이는 음료수 병을 꺼내 들었다. 야간버스비 3000엔을 날리고, 이날 아침에 다시 고속버스로 예산을 날려야 하니 우리로선 돈을 아껴야 했지만 그런걸 따질 여유가 아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가져온 VISA 체크카드를 테스트 해보기 했다. 아니 지금이 그 만일의 사태인가. 


편의점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VISA카드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왔지만, 혹시나 싶어서 점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카-도 데키룬데스카? ' '하이' 카드를 건네며 '코노 카-도가 테키루카 도-카...' 라는 식의 대화 였다. 한국에서 편하게 사용하던 결제 수단을 내밀면서 이렇게 긴장하긴 처음. 점원도 해외 카드는 처음인지 카드를 긁고 진행되는 시간동안 기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윽고 폰에 결제 문자가 도착했다. 동시에 점원도 안도하는 표정으로 웃는 얼굴로 되었다고 하며 카드를 돌려주었다. 해당 은행에 문의해본 결과 이때가 3시 16분이었고 결제금액은 1달려 47센트, 엔화로 150엔 정도 였다. 


따스한 유자차로 배를 채우고 JR 터미널로 계속 이동했다. 생각해보니 점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좀더 있어볼껄, 가게에도 의자는 없었지만.. 아무튼 밖으로 나왔다. 다시 도착한 터미널은 여전히 발이 쳐져있고 불이 꺼져 있다. 이때 옆건물이 한창 공사중이라 터미널 건물과 건물 사이에 사람이 거의 오가지 않는 작은 통로가 있었다.



(자필 그림위에 포토샾을 덮는 전문적인 작업을 해보았다)


이런 좁은 골목에서 갖고있던 브로셔등을 바닥에 깔고 앉았다. 추하다 추해. JR버스터미널이 개장 할때까지 몇시간 안남았으니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다. 빵빵한 가방을 껴안고 있으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떳을땐 비가 오고 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마침 우리가 자고 있던곳은 바로 위에 가림막같은게 설치되어 있어서 비를 맞지 않은채, 잔잔한 빗소리를 들으며 자연속에 있는양 잠에 푹 드려고 하는데, P가 없다. 비몽사몽상태인 J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했고, 이녀석 또 국제미아되려고.. , 하고 생각하던 사이에 J가 골목밖으로 나가서 P를 찾았다. 묘사에 의하면 P는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고 한다. 동이트려는 시점에 홀로 빗속에 서있는 장면 이라니,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으면 어디 청춘만화의 한장면인데.


다시 잠깐 잠에 들었다가 주변에서 뭔가 드르륵 드르륵 물건을 끄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JR터미널의 개장 준비를 하는것인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무언가를 끌고 골목쪽에 붙은 문을 열어 물건을 가지고 들어 갔다. 우리 셋이 쪼그려 앉아있던 앞을 지나갔으니 조금은 창피했을만 한데, 당시에는 '아, 우리 불쌍해 보이는데, 그쪽 문으로 좀 일찍 들여보내주면 안되나..' 하고 생각했다.



(그때는 이렇게 밝고 쾌청한 날씨가 아니라, 비가 추적추적내리고 해가 덜뜬 잿빛 새벽이었다!)


해가 뜨고 있는지 날씨가 밝아 졌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내리고 있었던것 같고, 골목을 나오자 드디어 터미널이 발을 올리고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오사카로 가는 버스편을 물어보았다. 가격은 6000엔 정도 했던 모양. 우리에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으니 가장 빠른 버스편을 구매 했다.


몇시 버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에서 최대한 피곤을 풀어야 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동안 잘 준비를 했다. 화장실을 갔다오고 이도 닦고, 옷도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이제와서 그날 터미널 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데 얼굴이 탱탱 부어있네.


출발시간이 다 되어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탑승게이트가 따로 만들어져 있고 정차되어 있는 버스는 옆면의 중간 즈음에 탑승구가 있었다. 탑승구 바로 옆에는 유니폼을 입은 남자 안내원이 탑승을 도와주고 있었다. 주된 일은 좌석 안내와 짐을 짐칸에 실어주는것. 우리도 짐을 맡기고 버스에 탑승했다. 


탑승하고 보니 무려 이층 버스였고, 우린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모든 좌석이 1인석으로 3열로 이루어져있었다. 각각의 좌석엔 일회용 슬리퍼(비닐에 포장된 정말 얇고 가벼운 슬리퍼)와 담요가 준비되어 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담요를 덮은채 잠에 들었다.